오마이뉴스에 갔더니 고향인 거창의 음식점이 소개되어 있더군요.

추어탕은 미꾸라지로 만든 음식이라면, 어탕은 종류를 가지지 않고 민물고기로 만듭니다.

서울에서는 먹을 수 있는 곳을 아직 알지 못합니다. 군침이 도는군요.

 

기사원문 :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264533

 

▲ 얼큰하고 깔끔한 뒷맛이 아주 좋은 어탕국수
ⓒ2005 이종찬
지리산 계곡의 티 없이 맑은 물이 바위 틈새에 부딪치고 미끄러지다가 마침내 시퍼런 피멍이 들어 모여드는 곳, 거창 영호강. 바닥이 환히 비치는 맑은 물살을 헤집으며 어디론가 끝없이 거슬러 오르는 피리떼. 간혹 누우런 비늘을 번뜩이며 한가로이 왔다 갔다 하는 붕어 몇 마리도 보인다.

거창 읍내를 가로지르며 천천히 흐르는 영호강. 지리산이 빚어놓은 깊은 계곡과 드넓은 들판이 제 그림자를 비추며 잔주름을 또르르 말고 있는 푸르른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갑자기 마음이 슬퍼진다.

저만치 강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흰 구름이 한국전쟁 때 죽은 빨치산의 넋으로 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가끔 불어오는 시원한 산들바람 속에 죄 없이 학살당한 거창 양민들의 마지막 비명소리가 묻어나기 때문일까.

영호강 둔치에 서서 연초록 들판으로 달려 나가는 맑은 강물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피비린내가 나는 것만 같다. 저 푸르른 강물이 그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피멍처럼 다가선다. 아프다. 그제나 저제나 오늘이나 피리떼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고 있지만 한번 흘러간 아픈 역사는 다시 거슬러 오르지 못하니, 이를 어쩌랴.

▲ 밑반찬으로 김치, 오이김치, 땅콩조림, 부추무침, 풋고추와 된장이 함께 나온다
ⓒ2005 이종찬

▲ 이 집 어탕국수의 특징은 뼈를 추려낸 살코기국물에 국수를 함께 삶는다는 점이다
ⓒ2005 이종찬
갑자기 속이 몹시 쓰려진다. 소주 생각도 간절하다. 그래. 이럴 땐 매콤하고도 시원한 국물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마시고 싶다. 영호강 둔치에 서서 소주 한 잔 부어놓고 그때 죽은 사람들의 원혼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야겠다. 그 원혼들을 위로하며 소주라도 마시지 않으면 저 맑고 푸르른 강물이 내 가슴에 피멍으로 박힐 것만 같다.

"영호강과 사천 등지의 맑은 강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다 집어넣어예. 그러니까 저희집 어탕은 일종의 잡어탕이지예. 하지만 미꾸라지와 메기, 붕어, 피리는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더. 그렇지 않으면 어탕 본래의 시원하고도 깔끔한 뒷맛이 안 나예. 어탕을 끓이는 방법은 추어탕과 거의 같지예."

지난 26일(일) 오후 1시. 제4회 거창문학축전(25~26일)을 성황리에 끝낸 한국문학평화포럼 일행들과 함께 들른 '구구식당'(경남 거창군 거창읍 대평리 1485-50). 영호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강변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는 '구구식당'은 이 지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어탕 전문점이다.

▲ 기운 없고 입맛 없을 때 어탕국수 한 그릇 후루룩 먹으면 온몸에 힘이 불끈불끈 솟아나는 것만 같다
ⓒ2005 이종찬

▲ 쫄깃한 면발이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뒷맛이 아주 깊다
ⓒ2005 이종찬
'구구'라는 식당 이름도 재미있다. '구구'란 닭 모이를 줄 때 '구구~'하고 닭을 부르면 닭들이 떼 지어 몰려들듯이, 늘 손님들로 들끓어라는 그런 뜻이다. 그래서일까. 일행들이 어탕국수(4천원)를 시켜놓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도 수많은 손님들이 들락거린다. 아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여럿이다.

일평생을 어탕과 추어탕만을 고집하며 살아왔다는 주인 최경화(51)씨. 기자가 최씨에게 어탕을 만드는 무슨 비법이라도 있느냐고 묻자 "특별한 비법은 없어예. 화학조미료를 하나도 넣지 않는다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지예"라고 한다. 어탕에 화학조미료를 넣으면 깔끔하고 개운한 뒷맛이 느껴지지 않고 느끼해진다는 것.

"저희들은 그날 그날 잡은 싱싱한 물고기만 사용하지예. 음식 이름을 어탕국수라고 이름 붙인 것도 잡은 물고기를 삶아 뼈를 추려낸 국물에 국수와 각종 야채를 넣고 추어탕처럼 끓여내기 때문이지예. 언뜻 듣기에도 잡어탕이란 이름보다 어탕이란 이름이 훨씬 부드럽고 정겹지 않아예?"

▲ 면을 다 건져먹은 뒤 어탕국물에 밥 한공기를 말아먹는 맛도 끝내준다
ⓒ2005 이종찬

▲ 진한 국물 속에 퐁당 빠진 국수가 몹시 먹음직스럽다
ⓒ2005 이종찬
이 집 어탕의 특징은 미리 삶은 국수를 팔팔 끓여낸 탕에 넣는 것이 아니라 탕을 끓일 때 국수가락를 함께 넣고 끓인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맴도는 어탕 속에 든 국수의 면발이 몹시 부드럽다. 그렇다고 면발이 물컹할 것으로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막상 어탕 속에 든 국수가락을 입에 넣으면 미끄러우면서도 쫄깃하다.

소주 한 잔 홀짝거리며 어탕국수를 건져먹다가 가끔 된장에 찍어먹는 매운 고추의 아린 맛도 잘 어울린다. 특히 혀끝을 톡 쏠 정도로 매운 고추를 먹고 호호거리며 떠먹는 어탕국수의 얼큰한 국물 맛은 온몸에 땀을 쏘옥 빼게 만든다. 제피를 살짝 뿌린 김치도 상큼하다. 마치 무더위에 절은 입속을 시원하게 부채질하는 것만 같다.

특히 요즈음처럼 땀을 많이 흘리고 온몸의 기운이 빠져 입맛조차 없는 여름철, 얼큰하면서도 뒷맛이 아주 깔끔한 어탕국수 한 그릇 후루룩 먹으면 기운이 불뚝불뚝 솟아나는 것만 같다. 국수를 다 건져 먹은 얼큰하고도 진한 어탕 국물에 밥 한 공기(1천원)를 말아먹는 맛도 정말 별미 중의 별미다.

▲ 속이 확 풀리는 얼큰한 어탕국수 한그릇 드세요
ⓒ2005 이종찬
간혹 어젯밤 술을 많이 먹고 속이 쓰린 사람들은 식탁 위에 놓인 송송 썬 매운 고추와 빻은 마늘을 어탕에 듬뿍 집어넣으면 국물 맛이 얼큰하고 매콤해지면서 이내 쓰린 속이 확 풀린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시원한 오이김치와 맵싸한 부추조림, 고소한 땅콩조림도 입맛을 더욱 부추긴다.

"어떤 분들은 어탕을 끓일 때 다싯물을 따로 만드는 줄 알고 있어예. 하지만 저는 그저 물고기를 푸욱 삶아 뼈를 추려낸 살코기 국물을 그대로 써지예. 또 어떤 손님들은 국수사리를 더 달라고 하기도 해예. 하지만 저희 집은 국수사리가 따로 없어예. 어탕 국물에 국수와 갖은 양념을 넣고 같이 삶아내야 면발에 어탕국물에 스며들어 깊은 맛이 나거든예."

묵은 체증까지 확 풀어주는 어탕국수 끓여보세요
맑은 강에서 갓 잡은 민물고기 삶은 뒤 갈아 체에 걸러야

▲ 묵은 체증까지 확 풀어주는 어탕국수
ⓒ이종찬

재료/ 미꾸라지, 메기, 붕어, 피리, 국수, 풋배추, 숙주, 부추, 고사리, 깻잎, 붉은 고추, 매운 고추, 마늘, 제피, 방아잎, 된장, 국간장

1. 맑은 강에서 갓 잡은 미꾸라지, 메기, 붕어, 피리를 소금물이 담긴 그릇에 담아 진흙을 토하게 한 뒤, 산 채로 호박잎에 비벼 미끈거림을 없앤다.

2. 맑은 물에 깨끗이 씻은 미꾸라지, 메기, 붕어, 피리를 솥단지에 담아 물을 붓고 센불에서 푹 끓인 뒤 통째로 믹서기에 갈아 체에 거른다.

3. 풋배추는 뜨거운 물에 데친 뒤 부엌칼로 송송 썰고, 숙주와 부추도 뜨거운 물에 데친다.

4. 잘 다듬은 고사리는 4~5cm 크기로 자르고, 깻잎와 방아잎은 잘게 송송 썬다.

5. 붉은 고추와 매운 고추는 비껴 썰어 다지고, 마늘을 빻는다.

6. 체에 거른 걸죽한 어탕 국물을 냄비에 담아 된장을 푼 뒤 살짝 데친 풋배추와 손질한 숙주, 부추, 붉은 고추, 매운 고추, 다진 마늘을 넣고 센불에서 푹 끓인다.

7. 냄비에서 김이 피어오르면 어탕 국물에 국수를 넣고 삶다가 제피와 깻잎, 방아잎을 넣고 중간불에서 다시 한번 살짝 끓인 뒤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끝.

※맛 더하기/ 잘 끓인 어탕을 상에 낼 때 제피가루와 송송 썬 매운 고추, 다진 마늘을 함께 올리는 것도 조리의 지혜. / 이종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