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길목으로 들어서기 위해 5월의 중순은 그렇게도 목을 길게 늘어뜨렸나 보다. 다음 주부터 기온이 조금 내려간다는 기상청 예보가 나왔다. 그러나 연일 25도를 넘나드는 더위는 성급한 이들의 흰 팔을 드러내게 하고 원색의 여름 패션은 발빠르게 우중충했던 도심을 화려하게 리모델링한다. 하지만 6월로 성큼 다가선 5월의 막바지는 원색의 도심 속을 배회하는 이들을 초록이 싱그러운 명산으로 내몰기도 한다.

▲ 우두산 주봉인 의상봉
ⓒ2005 이순이

이번 주에는 숨이 턱에 와 닿는 6월의 더위가 시작되기 전, 5월의 배려에 떠밀려 못이기는 척, 메마른 도심을 떠나 백두대간 명산에 둘러싸인 거창 우두산(해발1046m)을 등반해 봄이 어떨지?

경남 거창군 가조면 수월리에 위치한 우두산은 '별유산'이라고도 부르는데 차량이 고견사(古見寺) 주차장에 닿으면 의상봉이 병풍처럼 눈앞을 가로막는다. 의상봉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과거세에 이어 현재세에서 참선한 곳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져 왔다.

▲ 고견폭포
ⓒ2005 이순이
'별유천지비인간'이라 할 만큼 경치가 빼어난 이 산을 옛날에는 우두산·견암산·소금강이라 불렀다.(조선환여승람) 또 의상봉을 오르는 길은 수석이 즐비한 고견천, 견남정 터, 고려말 유형귀 장군이 신마를 얻었다 하는 가마소, 신라 애장왕이 탄 수레가 머물렀다 하는 가정곡이 있다.

1백자 높이에서 떨어지는 고견사 폭포 아래로 소를 이루고 있는 곳이 낙화담인데 이곳은 미인 양씨가 순절한 곳이라고 전해지며 우두봉 아래 우두샘은 가조천의 첫 물길이 된다.

가만히 눈을 들어 진초록으로 변해 가는 숲 사이를 주시해 보면 멀리 주봉인 의상봉, 장군봉 등 수려하게 생긴 바위들이 하나둘 시야에 들어온다.

우두산 입구 주차장을 출발해 산길을 약 10여분 걷다보면 20여m 높이의 견암폭포를 만나게 되는데 이 폭포는 고견사의 이름을 따 고견폭포라고도 부른다. 이 폭포는 한겨울에 얼음이 꽁꽁 얼면 빙벽을 좋아하는 산악인들이 빙벽 연습장으로 활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폭포를 등지고 산길을 20여분 더 올라서면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세웠다는 고견사에 닿는다. 역사에 비해 사찰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고운 최치원 선생이 심었다는 천 년의 나이를 먹은 은행나무가 등반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드리 전나무가 고견사만의 풍치를 더해준다.

▲ 철사다리
ⓒ2005 이순이
고견사에는 의상대사에 얽힌 전설이 있는데 동쪽 산허리를 넘어서면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굴이 있다. 이 굴에서는 매일 두 사람 분의 쌀이 나왔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고견사 3대 명물(폭포, 은행나무, 쌀굴)의 하나인 '쌀굴'을 만날 수 있다.

고견사를 둘러본 뒤 오솔길로 10여분 접어들면 멀리 우두산 아홉 봉우리의 주봉인 의상봉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목에서 단내가 날 이때쯤 절벽 아래에 있는 옹달샘에서 목을 축일 수 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숨이 턱에 닿을 무렵, 장군봉과 의상봉 등산로로 갈라지는 의상봉 왼쪽 아래 능선에 올라서 있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이곳에서 의상봉 코스로 들어서면 철계단이 눈에 띠는데 아찔할 만큼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서면 백두대간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상이다. 가야산과 덕유산이 눈에 들어오고 눈 시린 풍광을 자랑하는 지리산도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아득히 넓은 거창 들판도 보인다.

하산길은, 반대편 길을 택한다면 쌀굴도 볼 수 있다. 산행 후에는 알카리성 온천인 가조온천에서 피로한 몸을 풀 수 있다. 이 온천의 원탕은 26.5도인데 업소에서 10도 정도 더 데워 온천수를 공급하고 있으나 현재는 '백두산 천지 온천'이 유일하게 영업중이다.

 

  이순이(lhj4203) 기자  [2005-05-28 오전 12:13:30]
이 글은 오마이뉴스 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