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가을산으로 떠나는 자동차 야영(오토캠핑)으로
그저께 토요일 전라도 내장산 백양사 뜨락에서
텐트를 치고 1박하였씁니다.

다음날 일요일 오전
아직 단풍 기별이 요원한 내장산은 멀찌기 두고
일행들과 입암산을 향했습니다.
기슭의 마을 돌담곁에 익어가는 감홍시들을 보다 못견뎌
둥지를 안고 몇 번 흔드니
바람에도 간들거리던 홍시 몇 개가 후두둑 떨어졌습니다.

산비탈은 울창한 나무들로
하늘만 올려다 보이고,
길없는 길로 올라도 올라도 끝은 보이지 않더니
하나둘 중도에 주저앉아
정상에 치솟은 바위에 다다라 서니 홀로였습니다.
'입암산'.

멀리
가려진 백양사의 기와지붕,
병풍처럼 가파른 바위의 백암산,
한귀퉁이에라도 단풍이 찾아들면 일순간 온산이 불붙는다는 내장산,
안개 속에 휘둘아 드는 장성호,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과 산,
그리고 틈새를 비집고 군데군데 노랗게 수놓은 들녘과 옹기종기 꼬여든 산간마을들.

눈꼬리가 간질거려
혼났습니다.

기슭을 타고 오르는 후끈한 한 줄기 바람이
어깨를 추여올려
바위산 정상에 서서
휘도는 안개를 향하여 길게 오줌발을 갈겼습니다.
세더군요.
누가 알꼬, 이 짜릿함.
불현듯 날개짓하는 생각이
마음에 담을 여자 하나 손잡고 올라왔으면
호수와 산들을 굽어보는 이 바위산 바람 속에서
기골이 장대한 아이 하나 만들었으면 딱 좋겠다는.

"산에 오를 사람이라면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하늘이 무너져 내려도 한번 정한 산행은 떠난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면서도
도전적 산행을 즐기시는
한 할아버지 야영가의 말씀입니다.

열심히 몰두해서 살되
살아가는 현주소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로 간헐적으로 뛰쳐나가보는 것,
그것, 매력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